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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게임 후기

[게임] The Painscreek Killings (페인스크릭 킬링즈)

덕 쑤 2023. 12. 12. 19:36

강한 추천을 받기도 했고

원래 추리게임을 좋아하기도 했고

현재 제작중인 <IDeal>의 레퍼런스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

두 달 전부터 하려고 마음먹었지만 이제야 플레이했다.

예상치 못하게 게임이 끝나버려서 겨우 90%...
플레이타임은 약 9시간

 

그리고 이제 플레이를 했다면 당연히 느낀 점이 있어야하지 않을까?

나는 기획자 지망이니까... 물론 그런 것만 생각하면서 플레이하진 않았다.

순수하게 재밌게 즐긴 게임이었다. 원래 추리게임 좋아하니까~


스포일러 없는 느낀점

 

1. 진입장벽

이런 종류의 게임을 나는 가속도가 붙는 게임이라고 이야기한다.

플레이 할 때 가장 크게 느끼지만, 초반에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고 헤메기만 한다.

단서가 모이면 모일수록, 마을에 익숙해질수록 점점 속도가 빨라지고 몰입감이 커지는 장르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좋은가? 에 대해서는 약간은 부정적이다.

물론 이 게임은 그 방식을 특징으로 내세웠기에 강점으로 꼽을 수도 있지만

기획적인 측면에서는 게임에 몰입하기까지의 과정을 만드는 것이 그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우리 게임 나중가면 정말 재밌으니까 초반에 좀 참아." 라고 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인 것 같다.

(물론 이 게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게 콘셉트였고 그게 의도였고 그걸 찾아 온 사람이 있기 때문에.)

 

비버잼 2023에서 팀원이었던 프로그래머분께 들었던 얘기이다.

핵심 콘텐츠는 누구나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 거기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어렵다.

우리는 보통 기획을 핵심 콘텐츠를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른 파트에서도 기획을 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기획자의 진짜 역할은 (특히 인디게임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까지 도달하는 과정을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참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해내야만 하는 게 책임이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게임도, 보여주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2. 자유도

흔히 인디게임을 개발하려 할 때, 높은 자유도를 기획하는 경우가 있다.

아주 극단적이게는 오픈 월드 게임을 만드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가장 큰 착각이라는 것을 최근 깨닫게 된다.

 

유저는 언제나 개발자의 시야 안에 들어와있어야 한다.

거기서 벗어나는 것이 "버그"인 것이다.

기획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싫어서 아예 자유도가 높은 게임을 만들겠다는 것은,

단순한 직무 유기라고 요즘은 생각한다.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라는 것은 그 높은 자유도를 모두 개발자가 계산하고 컨트롤한다는 말이다.

훨씬 더 어렵고 세밀한 작업이 필요하다. 절대 그냥 운동장에 유저를 풀어놓는 그런 느낌이 아니다.

 

페인스크릭 킬링즈를 하면서도 어느 정도 느꼈다.

자유도 100%의 게임인데, 분명 자유는 존재하지만 당연히 길은 있다.

얼마나 자연스럽게, 유저가 스스로 그 길을 따라가게 하는지가 중요한 게임이었다.

플레이하던 중 한 공간을 꼼꼼히 보지 않고 지나친 경우가 있었는데,

그래서 다음 스텝을 진행하지 못하고 마을을 빙빙 돌았었다.

아무 힌트도 없는데, 자유롭게만 풀어져 있으니 진행이 안되는 것이다.

 

나는 그런 높은 자유도에서 유저를 유도하는 일은 아직 자신이 없다.

지금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은 의도에 맞는 루트를 설정하고, 그 루트를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하는 일이다.

자유도 높은 게임은 그 다음의 과제다. 물론 이번 <IDeal> 역시 포함이다.

 

3. 공포

아무것도 튀어나오지 않아도 무섭다.

단순히 분위기와 일상적인 오브젝트 만으로도 충분히 무섭다.

무언가 튀어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머릿속으로 열심히 상기하고 나서야

진행이 매끄럽게 되기 시작했다.

 

<IDeal>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 같은데, 지금의 1차 프로토타입에서

아무것도 넣지 않았지만 처음 보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냥 무섭다.

이 요소가... 어떻게 쓰일 지 컨트롤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

 

공포라는 요소는 너무 힘이 강해서 다른 장르를 잡아먹는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공포를 장르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는 것 같다.

게임은 공포와 비공포로 나눈다고 해도 어느 정도 나뉠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면, 공포가 섞이면 그 게임은 다른 요소가 어떻든 공포 게임이 되어버리고

공포 게임은 특유의 유저층 이외에는 기피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IDeal>도 공포 요소를 약간 채용한 상태이기에

잘 관리하지 않으면 공포 게임이 되어버리고

그러면 대상 유저층이 현저하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항상 조심하고는 있는데...

아무것도 튀어나오지 않는데 무서운 것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이 고민은 당분간은 머리를 떠나지 않을 것 같다.


스포일러 포함 느낀점

(크진 않지만 포함되어 있으니... 마우스로 긁어서 보시면 됩니다)

 

1. 추리

추리의 정의가 무엇일까.

단서라는 점들을 모두 잇는 하나의 길, 스토리라인을 만드는 것이 추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흔히 범인을 찾는 경우가 그 길의 시작점에 누가 서있는지를 맞추는 과정이다.

누가 서있을 때 가장 자연스러운가, 모순이 없는가가 범인 찾기라고 생각한다.

그걸 위해서는 이어지는 길이 단서들을 지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단서들을 찾는 과정 역시 게임이다.

 

그런데!

페인스크릭 킬링즈에서는 조금 극단적으로 말해 추리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너무 극단적이니까...

살인 사건에는 두 가지가 꼭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는 동기. 어째서 이 살인이 일어났는가에 대한 설명이 되어야 한다.

둘째가 상황. 실제로 살인이 가능했는가, 어떻게 했는가 등에 대한 설명이 되어야 한다.

 

페인스크릭 킬링즈에서는 상황에 대한 설명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 전까지 착실하게 쌓아가던 단서들은 결국 아무 의미가 없었다.

플레이한 사람은 이렇게 반문할 수 있다.

"그 마을에 숨겨진 일을 찾아내야 범행 동기가 나오는 거 아닌가요?"

범행 동기에 대한 설명은 충분히 됐지. 당연히 그렇다. 게임 내내 했던 것이 그것이기에.

 

하지만 결국 범인은 동기를 몰라도 잡을 수 있었다.

게임의 후반부에 상황에 대한 결정적 증거가 연달아 쏟아지니 말이다.

그리고 그 단서들이 모두 한 방향을 올바르게 가리켜... 정말 완벽하게 범인이 나온다.

그래서 좀 허무했다. 내가 열심히 했던 것들이... 별로 의미가 없었던 것 같아서...

당연히 그 마을의 이야기는 흥미로웠고, 동기도 잘 이해되고, 스토리 정말 잘 썼는데

결국 이 게임의 목적이었던 범인 찾기, 누가 죽였는가? 뭘로 죽였는가?는 허무했다는 것이다.

 

씬 인베스티게이터즈를 플레이해야겠다. 그건 좀 더 본격 추리게임이겠지?

 

2. 공포 (그리고 약속)

위의 공포 파트에서 서술했듯이 이 게임은 무섭지만 아무것도 튀어나오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진행한다.

그런데 그 약속을...깨버린다면... 서운하다 서운해

 

사실 잘 들여다보면 그렇게 무섭게 생기진 않으셨다.

오히려 그냥 무기 들고오는 겁쟁이 아저씨처럼 생겼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고 믿었기에 그 순간에 정말 무서웠던 것이다.

 

물론 게임사에서는 튀어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그치만 영업할때는 무서운거 없다고 영업하는걸...

 

3. 세이브&로드

세이브 불가 구간이 너무 갑자기 다가온다.

풀고 싶었던 문제가 많이 남아있었는데도 갑자기 엔딩까지 세이브 불가가 걸려버리니

결국 풀지 못하고 여러 문제가 남아버렸다.

정말 아쉽다. 특히 꼬맹이들의 타임캡슐은..!

 

조금 더 부드러운 방식이었다면 어땠을까.

자연스럽게 최종장에 돌입했다면 어땠을까.

훨씬 더 만족스러운 플레이가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