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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그냥] 짧은 한탄

덕 쑤 2026. 2. 2. 12:00

패도리아 만들다가 든 생각이긴 한데, 공식 리스트에 넣고싶지는 않아서 이쪽으로...


기획에 100점이 있을까? 혹은 120점은 있을까?

 

다른 게임들이 이미 해결해왔던 문제에 대해서는, 그 해결방법들이 95점쯤의 라인에 다들 걸쳐있는 걸까?

 

기획을 잘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 이렇게 쓰면 되게 애매해진다. 표현이 너무 어렵다.

 

설득력이 높고, 전달력이 뛰어나고, 논리적이고 등등 좋은 기획을 하는 분들은 많이 계시리라 생각한다.

그쪽 말고 약간 다른쪽 의미긴 한데...

 

어떤 뛰어난 기획자가 있다면, 만드는 모든 게임을 성공시킬 수 있는가? 에 더 가까울 것 같다.

당연히 없겠지? 그런데 그러면 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거다.

 

이 정답없는 분야에서, 그럼 타율이 높은 기획자를 잘하는 것이라고 해야 하나?

 

성패가 결과에 상당히 많이 의존하는 분야라서 그런 것 같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무엇도 확신할 수 없는.

 

그렇다면 다시, 120점은 가끔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100점은?

 

100점짜리 기획이라는 것이 있을까?

기획에서 100점이 뭔지 정하는 것은 참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많은 지망생들(나도 포함) 은 이거에 상당히 목말라 있다.

잘 쓴 기획서 템플릿을 원한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수학문제 풀듯이 공식을 학습하고, 거기에 내용을 채워넣는 방식

 

그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혹은 도움이 안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자꾸 이쪽 얘기를 열심히 하고

100점은 없다! 같은 얘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특정 분야에는 95점짜리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UI

 

120점짜리 UI를 만드려면 정해진 답은 없지만

95점 이상의 UI를 구성하는 것에는 템플릿과 공식이 어느정도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 말하는 좌상단, 중앙, 우하단, 시선의 흐름, 가시성 등등

이대로만 가면 실패는 안한다! 라는 느낌의 가이드라인.

 

표현해야 할 요소를 정리하고, 역할에 맞춰 지정된 자리에 넣는 것.

반복하면 숙달할 수 있는 작업인 것 같다.

거기에 특정 의도를 담은 수정으로 100점을 넘겨보려는 노력은, 그 이후 + 센스의 영역.

 

그런데 왜 나는 발전하지 않는가?


패도리아의 타이머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다.

 

최초 타이머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는 한 턴이 과도하게 끌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플레이 템포를 유지시키기 위한 장치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

여기까지 OK.

 

그래서 시스템을 도입하고, 타이머 UI를 추가했다.

화면 중앙 상단에...! 이 선택이 틀렸는가?

딱딱 정답 오답으로 나누면 오답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화면에 이 UI를 표시한다면 중앙 상단뿐이라고도 생각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 플레이에 중요한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

수시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

 

다만, 개발일지를 다시 보다보니 그 당시의 의도는 명확하게 써두었더라.

사람들은 보너스를 놓치는 것에 민감하다. 이것이 훨씬 더 자발적이다.

즉, 목표로 했던 것은 이거

 

반드시 패널티가 아닌 보너스처럼 느껴져야 한다. 놓쳐도 상관 없지만 놓치기 싫어야 한다.

 

여기서 꼬였을 수 있다고... 생각하긴 한다

 

개발자의 자아가 좀 들어간 느낌.

~~라는 시스템을 넣었는데, 이걸 유저에게 표현해 줘야 해!

 

실제로 내가 저걸 UI에 표시하고자 생각한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골드가 줄어드는데, 당연히 언제 줄어들지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가지고 UI에 넣고자 결정했다.

그리고 넣는다면 중앙 상단...! 넣는걸 확정하니 자연스럽게 따라온 느낌이지.

 

 

그리고, 완벽하게 의도를 벗어났다.

 

사람들은 이 커다란 중앙 상단 UI에 대해 엄청나게 집중했고,

보너스의 감각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결국 나온게 시간제한 있는 이상한 카드게임...?


화나고 슬픈 포인트.

 

1. 아직도 UI 구성을 제대로 못한다.

 

나름 게임을 몇개 만든 편이다. 게임잼도 많이 했고, 어쨌든 대부분의 게임을 만들 때 UI 구성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 편이다.

사소한 문제점이라면... 만든 게임의 장르들이 다 제각각이더라?

 

그래도 이게 몇년째고, 게임이 몇개째인데 아직도 UI구성을 감도 못잡고 있다.

[Bone To Gather] 만들 때 가장 열받았던 포인트이기도 하고, 지금도 나를 괴롭히는 중.

 

95점이 있는 분야에서 거기에 계속 닿지 않는 것은 참 슬픈 경험이다. 화가 난다.

 

 

2. 의도가 벗어났는데 캐치하지 못했다. (캐치하지 않았다?)

 

타이머 시스템 넣고도 한참이 지났고, 그동안 테스트도 엄청나게 많이 진행했었다.

나도 그 타이머에 신경쓰고 있었더라. 자꾸 카드가 아니라 타이머에 눈치를 보고 있더라.

 

근데 이 감각을 느꼈는데, 무시한건지 아니면 인식하지 못한건지.

 

남의 게임에는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본인 게임에는 둔감해진다.

중간에 개발자 시선이 한번씩 섞이는 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특히나 1인 개발이기에 더 날카로워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획 의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놓쳤다는 사실이 더더욱 안타깝다.

 

 

3. 성장이 더뎌진 것이 체감된다.

 

뭐, 이건 기분탓일수도.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던가.

사람은 공부할수록 고개를 올린다고 생각한다.

더 멀리 보게 된다.

 

게임 기획에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너무 길고 멀다.

공부하면 할수록, 멀리 보면 볼수록 끝이 없다는 사실만 보인다.

 

옛날에는 느리더라도 한발짝 앞으로 가는 느낌이 들었는데

 

요새는 헛발질하는 기분이 자꾸 든다.

 

그동안 성장했던 과정을 돌아보면, 가끔 한번씩 껍질을 깰 때가 있었다.

아무래도 지금이 그 타이밍인 것 아닐까... 싶다.

 

어떻게 깨냐고? 그건 모르지. 정식 출시가 하나의 기점이 될 수도 있고.

아니, 어떻게 깨야 할지는 아예 모른다. 몰라 몰라요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어느 순간 무언가로 인해 깨져있는게 껍질이지.

 

지금은 당연히 힘든 거다. 헛발질하는 느낌 자체는 사실일 것 같다.

계단식 성장이라는 것은 결국 성장하지 않는 구간이 있는 거니까. (물론 성장하는 중이지만)

 

이거 그건데, 요즘 있던 메키 공속 이야기? 뭐 이건 농담

 

어쨌든, 의식하고 깰 수 있는 껍질이 아니다보니 계속 헛발질 하는 중.

알면 꺾이지 말자고 그치?